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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한국 속 냥후

여긴 한국| 군산을 이끌었던 기찻길, 경암동 철길마을

2019.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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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의 방황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내 앞에 주어진게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서

이번엔 스스로 자처해서 방황 여행을 선택했다.

 

5월 초 유난히도 파란 하늘과 따뜻했던

근로자의 날과 주말 그 사이,

나홀로 훌쩍 떠나버린 군산여행.

혼여행은 역시 정처없이 떠도는,

시간의 제약없이 가고싶은대로,

내 발길이 이끄는대로 거니는,

그런 재미.

그 날은 날씨가 다 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이런 하늘이 나를 감싸준다면

마음조차 청명한 날이 된다.

철길처럼 확실하게 정해진 길도 없다.

하지만 현시대의 사람에게 확실한 길은 없다.

나름대로 인간의 자유를 신성시하는 시대이고,

내가 뭘하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날 가로막지는 않는 그런 시대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길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방황을 하려면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

 

나의 주위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고 상담을 해주고 한다지만,

그 주위 사람들은 결국 또 내가 그동안 지켜봐오고,

같은 환경 아래서 지내온 사람이기에

나에게 큰 동기부여나 큰 변화를 주기에는

그 힘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미약하다.

세상은 과거에서 현재로 또 현재에서 미래로.

그렇게 흘러가는 과정을 멈추지 않는다.

그 시대의 흐름에서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실패할 확률과 성공할 확률은 각기 어느 정도인가.

아무 것도 모를 때가 행복한거라고,

잠깐의 큰 깨달음을 얻지만,

이미 알아버린 상태에서 이런 생각은

솔직히 말해 무의미 그 자체.

 

세상은 계속해서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

그렇게 흘러가고 그 흐름을 알아야 한다면,

모른 상태에서 마주하는 현실보단

아는 상태에서 대비를 할 수 있는 현실이

받게되는 상처의 깊이를 다르게 할 것이고,

충분히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그런 체력을 갖출 것 이다.

현재 차도이지만 없애지 않고 남아있는 철길.

지금은 차도인데도 불구하고

예전 철길을 없애버리지 않고

한참을 쭉 남겨놓은 모습.

이렇게 곧게 뻗어 가는 길이 정해진 이 철길이

언젠가는 그리워질 것을 알고 이리 남겨둔 것일까.

철길마을이 꽤 길다는 사실을 걸어보니 알았다

사실 철길마을 가면서도 쪼그맣게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잠깐 보고가야지 했는데

철길따라 걷다보니 그 길이가 생각보다 길었다.

상점이랑 같이 있는 곳은 극히 일부고,

길따라 쭉 걸으면 작은 천을 건너서도

철길의 흔적이 아스팔트 아래에 살짝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해진 길을 걷다보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실들.

그 현실들을 알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이 어느 정도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내 삶의 흐름 또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는게 아닐까.

 

그 삶의 흐름이 정확히 성공한 삶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삶은 평가할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뿌듯한 하루를, 그리고 뿌듯할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어울린다.

세시간반을 달려간 도시에서 푸르른 철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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